애플 공식 라이트닝-USB 카메라 어댑터
iOS 13부터 아이폰이 USB 외장 저장장치를 직접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OS에 기본 내장된 파일 앱을 통해 외부에 저장된 파일에 접근할 수 있으며, 이 앱에 연결할 수 있는 다른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근래에 출시되어온 아이폰의 외장 단자는 라이트닝이기 때문에 라이트닝 단자가 장착된 저장장치를 구입하거나 일반 USB 장치를 연결하기 위한 어댑터를 알아봐야 합니다. 여기서 일이 꼬입니다.
저는 3년도 넘은 과거에 렉사(Lexar)에서 출시한 마이크로SD-라이트닝 리더 (부품번호 LRWMLBNL)를 산 적이 있습니다. 라이트닝 단자에 직접 연결한 뒤 전용 앱을 실행시켜 파일을 열 수 있는 제품입니다. 애플 MFI 인증을 받은 저장장치라면 iOS 13의 파일 앱과 연동이 된다는 말이 있던데, 이 장치는 인증을 받았음에도 해당되지 않았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전용 앱이 2년 넘게 업데이트 되지 않으면서 화면 해상도나 파일 공유 기능이 모두 구식이 되었습니다. 다른 해법이 필요하게 되었지요.
애플은 다양한 USB 어댑터를 판매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위와 같이 생긴 정가 3만9천 원짜리 라이트닝-USB 카메라 어댑터입니다. 이름 그대로 카메라에 연결하여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하는데 쓰입니다. OS가 인식하는 범위 내에서 다른 장치도 연결할 수 있는데, 키보드, MIDI 장치, 이더넷 어댑터 등이 포함됩니다. iOS 13에서는 일반 저장장치와 마우스까지 확대가 되었습니다.
USB 플래시 메모리를 어댑터에 직접 꽂으면 "Cannot Use Accessory: This accessory requires too much power(액세서리 사용 불가: 전력을 과도하게 요구함)" 오류가 일어남
그래서 파일 관리용으로 USB 플래시 메모리나 카드 리더기 같은 저전력 저장장치를 직접 연결하고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이 어댑터를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암울했습니다. 가지고 있던 수많은 플래시 메모리와 카드 리더기를 다 꽂아봤지만 딱 하나를 빼고는 위와 같은 이른바 "전력부족"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 문제가 일어날 정도로 전력소모가 심하지 않을 것 같았으니 기가막힐 노릇이었습니다. 분명히 원인과 해결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좀 더 파고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괜찮은 우회 방안으로 USB 플래시 메모리를 USB 허브에 먼저 꽂아 써볼 수 있습니다
그러던 도중 USB 허브를 경유하여 저장장치를 연결하면 오류를 피할 수 있다고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언급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실제로는 전력소비가 오히려 늘어날텐데, 제가 가지고 있던 다양한 허브들로 확인해 보니 정말로 모두 아이폰에서 저장장치를 쓸 수 있게 해주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중에서 기능적으로 따지면 별도의 리더를 안 가지고 다녀도 되는 허브-리더 콤보가 최적인데, 위 사진의 상단에 있는 제품을 휴대폰 케이스에 같이 넣어 다니기에는 너무 크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보다 작은 제품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넷메이트 4포트 USB 허브 NM-BY226(왼쪽)과 USB-C 멀티 허브 NM-MCR01(오른쪽)
그 결과 넷메이트 NM-MCR01이 가장 적당했습니다. 2개의 USB 단자(2.0 1개, 3.0 1개)와 SD 및 마이크로SD 슬롯이 각각 있으면서도 초소형 4포트 USB 허브와 비슷한 크기라는 것이 특징입니다. 단점이라면 카메라 어댑터가 사용하는 USB-A 대신 USB-C 단자를 쓴다는 것인데, 둘 사이를 연결할 수 있게 작은 어댑터(컴즈 ID028)도 같이 샀습니다. 코시에서 비슷한 형태이면서도 USB-A를 쓰는 허브(UH3151CR)가 나오기는 하지만 어째서인지 제가 가지고 있는 아이폰과 맥에서 모두 전력부족 오류가 발생하게 되어서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멀티허브로 마이크로SD 카드에 있는 파일을 열 수도 있고(왼쪽) 동시에 USB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오른쪽)
이 허브를 카메라 어댑터에 꽂아보니 SD 및 마이크로SD 메모리카드와 USB 플래시 메모리는 물론 다른 USB 주변기기를 각각 또는 동시에 아이폰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컴퓨터를 쓰는 것과 같았는데, 이는 안드로이드폰에서 오래 전부터 지원되던 기능입니다. 이제서야 따라잡았다는 게 많이 늦은 감이 있습니다.
킹스턴 디지털 멀티 키트/모빌리티 키트의 포장된 상태(왼쪽)와 동봉된 카드 리더를 카메라 어댑터에 꽂은 모습(오른쪽)
한편, 특정 메모리카드 리더가 별도의 허브 없이도 카메라 어댑터와 직접 호환이 된다는 주장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킹스턴(Kingston) FCR-MRG2로, 마이크로SD 카드보다 불과 2배 정도의 길이와 두께인 얇고 작은 제품입니다. 이 글을 작성한 시점을 기준으로는 번들로 사는 것이 더 저렴하여, 부품번호 MBLY10G2/16GB인 번들의 경우 미화 $4.99로 카드 리더, 클래스10 마이크로SD 16GB 메모리 카드, 마이크로SD-SD 어댑터를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습니다. 2주 정도 걸려 제품을 수령한 뒤 리더를 카메라 어댑터에 꽂아보니 정말로 오류 없이 잘 작동하더군요. 다양한 제조사와 용량의 마이크로SD 카드가 모두 잘 되었고 그 중에는 몇 장 위 사진에 등장한 삼성 EVO 플러스 256GB 카드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USB 허브는 작동에 필요한 전류량이 100mA라고 보고한 반면(왼쪽), 오류를 일으키는 USB 플래시 메모리는 200mA라고 알리고 있습니다(오른쪽)
"무엇"의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카메라 어댑터는 내장된 USB 단자에서 최대 100mA의 전류량을 공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쓰는 아이맥에서 USB 장치들의 상태를 확인해보니 USB 허브는 모두 빠짐 없이 필요한 전류량이 100mA라고 보고하더군요. 어댑터에서 직접 작동하던 유일한 플래시 메모리도 100mA로 나왔고 킹스턴 카드 리더는 98mA이었습니다. 바로 꽂아도 작동하는 장치들의 수치는 한계값과 같거나 그 이하인 것이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나머지 다른 USB 플래시 메모리와 카드 리더는 필요한 전류량이 최소 200mA라고 보고했고 일부는 500mA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소비하는 전류량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iOS는 실제 전력 소비량을 확인하지도 않고 이 "필요한 전류량" 수치만 확인한 뒤 미리 장치 작동을 막고 있는 듯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iOS가 먼저 접속하는 장치의 값 외에는 확인을 안 하기 때문에 허브에 꽂은 장치들은 필요량이 실질적으로 숨겨지는 효과를 봅니다. 위의 그림을 보시면 필요한 전류량이 200mA인 저장장치를 허브에 꽂더라도 허브 자체의 필요량은 여전히 100mA로 고정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앞서 나온 우회 방안이 "왜" 먹힐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장치의 필요 전류량 수치를 수동으로 조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카메라 어댑터를 통해 외부 저장장치를 아이폰에 연결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중간에 USB 허브를 거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여러 개의 장치를 동시에 연결할 수도 있고 허브가 지원할 경우 별도의 전력 공급원을 추가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한 장점입니다. 만약에 더 소형화된 해법을 원한다면 위에서 본 킹스턴 카드 리더를 구해보거나 필요 전류량이 100mA 이하인 저전력 리더를 직접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