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맥미니 뜯어 열기
작성자: Wesley 작성일:
오래 전에 했어야 할 이야기를 지금에야 하게 되었습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정확하게 7개월 전인 2005년 1월 11일입니다.
맥월드 샌프란시스코 전시회에서 스티브 잡스는 작은 크기의 매킨토시 컴퓨터, 이름하여 '맥미니'란 것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점이 오기 전까지는 맥을 쓴다는 것은 관심을 거의 두지 않았습니다. 이미 애슬론XP 데스크탑 컴퓨터가 멀쩡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고 호환성도 떨어지고 비싼데다 딱히 크기도 작지 않은 컴퓨터를 쓸 필요를 못 느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맥미니를 본 순간 완전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성능이 그럭저럭 괜찮은 컴퓨터가 메인보드는 고작 한 변이 15cm 밖에 안 되는 크기에 가격은 499달러부터 시작한다니 말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미 저에게는 이보다도 작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니 바이오 VGN-U50이라고, 초소형 노트북 컴퓨터인데 크기는 3.5인치 하드디스크 만했습니다. 이걸로 이미 '작은 컴퓨터를 소유한다'는 필요를 충족시킨 게 아닌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맥미니는 데스크탑 컴퓨터를 대체할만한 잠재력이 보였던 것입니다. VGN-U50은 계속 '2차 기기', 즉 휴대용 기기로써 어디서든 들고다니면서 쓰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여전히 집에 놔두고 쓸 수 있는 작은 컴퓨터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바로 여기에 적합한 게 맥미니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맥미니를 든 잡스
흥미롭게도 이미 저에게는 이보다도 작은 컴퓨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니 바이오 VGN-U50이라고, 초소형 노트북 컴퓨터인데 크기는 3.5인치 하드디스크 만했습니다. 이걸로 이미 '작은 컴퓨터를 소유한다'는 필요를 충족시킨 게 아닌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맥미니는 데스크탑 컴퓨터를 대체할만한 잠재력이 보였던 것입니다. VGN-U50은 계속 '2차 기기', 즉 휴대용 기기로써 어디서든 들고다니면서 쓰는 역할을 하게 되지만 여전히 집에 놔두고 쓸 수 있는 작은 컴퓨터가 있었으면 했습니다. 바로 여기에 적합한 게 맥미니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악명높은 현실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이 이날 상당히 세었던 것 같은데, 스티브 잡스가 기조연설을 끝내고 24시간도 채 안되어서 미국에 있는 제 친구 앤디에게 미국측 애플 스토어에 주문을 넣어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입니다. 애플 코리아가 물량을 받으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아서 아예 본사에서 직접 주문을 해서 시간을 줄여보기로 한 것입니다. 실제로 애플 코리아는 한국에 첫 물량을 2월 2째주 즈음에 공급했습니다. 운 좋게도 사이트에 주문이 2주 밀렸다고 표시가 되기 전에 접수되었습니다. 주문 결과를 보니 1월 20일 (공식 출시일)에 배송되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다시 말해 첫 물량을 받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애플스토어는 국내(즉 미국 내) 배송만 하므로 먼저 앤디네 집으로 배송되게 한 뒤 앤디가 그걸 한국으로 보내서 제가 받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좀 웃기는 일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맥미니는 중국에서 생산되므로 19일에 중국 셴젠에서 배송이 되었다고 화물 추적 페이지에 나왓습니다. 최종 목적지는 중국 바로 옆에 있는 한국이었지만, 우선 알라스카로 보내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추적 오류가 발생했는지 다시 중국으로 반송되었다 알라스카로 다시 돌아온 것으로 표시가 되었습니다. 찍힌 시간을 보니 실제로 이렇게 된 것 같진 않고 아마 알라스카엔 딱 한 번 도착했던 것 같습니다.
알라스카를 거친 뒤 미국 내의 몇몇 물류센터를 통과하고 앤디네 집에 21일 도착했습니다. 페덱스 배달부가 사실은 바로 전 날 집에 오긴 했는데 집에 아무도 없는 것으로 착각하고 돌아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하루 지연이 되었습니다. 앤디는 물건을 받게 된 다음 제가 다른 웹사이트에서 주문을 부탁했던 것들과 같이 넣어 재포장한 뒤 곧바로 미국 우체국의 국제특급우편(EMS)을 사용하여 한국으로 배송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선거리로는 1000km도 안될 거리를 이 맥미니는 지구 반 바퀴 남짓 돌아서 오게 된 셈입니다.
날카롭게...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저도 준비를 좀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근처 대형 할인점에 가서 퍼티 나이프(putty knife)를 하나 샀습니다. 이것은 맥미니를 열기 위한 '공식' 도구인데, 처음에 두꺼운 걸 샀다가 가늘고 유연한 게 더 좋다는 말을 듣고 그건 환불을 받은 뒤 좀 더 잘 구부러지는 것으로 샀습니다. 2000원도 안 했는데 모서리가 거칠어서 모서리는 사포질을 하고 '삽입 부위'를 그림에 보이듯이 뾰족하게 만들었습니다.
퍼티 나이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랬습니다. 한편, 맥미니를 뜯은 즉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도록 1GB짜리 DDR SDRAM도 샀습니다. 기본 탑재된 256MB로는 충분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
세관에 걸림
물건이 26일 한국측 세관에 도착했습니다. 통관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추적 페이지에 세관 도착이 되었다는 말이 뜨는대로 통관 담당 우체국으로 갔습니다. 모든 과정을 다 밟고 (서류 작성, 관세 납부 등) 한 시간 정도 후인 1월 26일 저녁 6시에 한국 최초의 맥미니는 주인과 대면하게 되었습니다.
맥미니 대접
맥에 관심이 있는 지인 한 분을 곧바로 전화 걸어서 패스트푸드점에서 실물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집으로 같이 가서 부팅하는 것도 보기로 했습니다.
개봉식
회색 상자를 침대에 올려놓고 열어보니 자그마한 기기와 함께 설치 디스크가 여러 개 나왔습니다. 내용물을 모두 꺼낸 뒤 작동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작은 것들의 대면
근데 그보다 앞서 크기 비교를 해봤습니다. 앞서 언급한 VGN-U50을 맥미니 위에 올려봤습니다. 맥미니도 작지만 (길이가 16.5cm) 이 노트북 컴퓨터도 무척 작은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첫 부팅
선을 련결한 후 전원 버튼을 누르니 효과음이 나고 아무런 문제 없이 부팅이 되었습니다. 상당히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메뉴를 보니 맥OS X 10.3.7을 돌리고 있고 메모리는 256MB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걸 업그레이드해야 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그 지인 분은 밤이 깊어오는지라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만 저는 슬슬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수술 전
주인 만난지 6시간도 안되어서 벌써 뜯기게 생긴 맥미니였습니다. 도구를 준비한 뒤 카메라를 켜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다음은 록화한 비디오에서 캡쳐한 장면들입니다.
삽입
처음이 가장 힘들다고 그러는데, 정말로 퍼티 나이프가 틈새에 넣기에는 좀 힘들었습니다. 몇 번 흔들어보고 나니..
이동 개시
퍼티 나이프를 틈새에 넣고 움직일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캔 뚜껑 따듯이 틈새를 벌려보려고 했습니다.
열리기 시작
내부 걸쇠가 상당히 잘 결속되었는지, 결국 쇠자와 퍼티 나이프를 동시에 넣어서 한 모서리 측의 걸쇠를 벌려서 틈새를 열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흔들어
그 다음은 비교적 쉬웠습니다. 퍼티 나이프를 다른 모서리에도 넣어서 흔들어서 나머지 걸쇠를 벌렸습니다.
거의 다 됨
걸쇠가 모두 풀리게 된 후 기기 뒤쪽을 위로 밀어올렸습니다. 그러고 나니 기기 아랫부분이 커버에서 미끄러져 나왔습니다.
개조 준비 완료
결국 기기 내부는 중국에서 조립된 뒤 1주일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좀 더 작업을 하게 되었지만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겠습니다.